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책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책을 꺼냈다.
집에 있던 책장에서 꺼낸 '어떻게 살 것인가'. 남들이 볼 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 알쓸신잡 유튜브를 보다가 유시민씨가 나와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겨 책 목차를 폈다.
그 중 가장 끌리는 챕터는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였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말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죽음이다. 죽음은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다. 이성적으로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죽을 일을 생각하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자살하는 사람도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기에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공부하기
나도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때에 'Death and Dying'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그 때 가장 큰 궁금증은 사후세계가 있는가?, 사람은 죽고 난 다음에 어떻게 되나? 였다.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서 100% 못 알아들은 탓도 있지만 한 학기 수업 동안 사후세계에서 펼쳐지는 일은 다루지 않았다.
그 대신 존엄사, 각 나라의 장례 의식에 대해 배웠다.
미국의 몇 주(States)에서는 몸의 종양 등으로 인해 죽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경우, 인공적인 호흡 기계(artificial respiration)에 의존하는 대신 미리 존엄사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고 자신의 의견 대신 죽음을 선택해줄 다른 사람을 택할 수도 있다.
또 문화마다 장례 의식이 달랐는데, 한국은 3일장 형식이었고 남미에서는 죽는 사람의 삶을 축하하며 춤을 추는 의식을 치렀다. 미국은 생각보다 easy-going하게 특별한 장례 의식이나 애도 기간이 없어 오히려 죽음에 대한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을 생각하게 된다.
열심히 하루하루 살다가도 자살이나 허무한 죽음 사건을 보면 갑자기 내 삶에 대해 비현실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산다면 앞으로 뭐가 남을까? 내가 내일까지만 산다면 지금 어떤 걸 가장 하고 싶을까?
철학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고민하다보면 결국 "죽음"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다시금 구분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상하게도 살면서 후회하는 건 크게 감흥이 없는데 죽을 때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죽음을 앞둔 만성질환 환자에게 죽음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삶에 대한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 2019년 연구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976131720300645 에서는 죽음 교육에서 삶에 대한 리뷰, 죽음에 대한 논의, 잘 죽는 것에 대한 정의 내리기, 감사를 표현하고 남은 삶에 대해 계획세우기를 하였다고 한다.
Chen, W., Ma, H., Wang, X., & Chen, J. (2020). Effects of a Death Education Intervention for Older People with Chronic Disease and Family Caregivers: A Quasi-Experimental Study. Asian Nursing Research, 14(4), 257-266.
이번 COVID-19 관련 연구에도 비슷한 느낌의 연구가 있었는데, 희망, 삶에 대한 의미,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경우(+심리적 트라우마가 없는 경우) 코로나에 감염되었더라도 심리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불확실성을 참지 못하는 경우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심리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터키에서 진행된 연구 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91886920307832)
(Findings from the study indicated that hope, meaning in life, life satisfaction, not having the experience of psychological trauma positively and significantly predict resilience while intolerance of uncertainty and Covid-19 fear negatively and significantly predict resilience.)
Karataş, Z., & Tagay, Ö. (2020). The Relationships between Resilience of the Adults Affected by the Covid Pandemic in Turkey and Covid-19 Fear, Meaning in Life, Life Satisfaction, Intolerance of Uncertainty and Hope.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10592.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로 돌아와서..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잊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가 살므이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 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가?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인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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